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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worm | 서평

[북리뷰] 『한중록』 - 한 여인의 삶의 기록

by eunnibook 2020. 6. 21.

[Book Review] <한중록> written by. 혜경궁 홍씨

평점:     ■ (5 / 5)

 

 

고전 <한중록> 표지 ⓒ문학동네

 

 

(p. 42) 좋고 길한 일에는 참여치 못하게 하시고 상서롭지 않은 일에만 자리하게 하시니, 그나저나 부자간에 수작이라도 하시면 그래도 나으련마는 날마다 다른 말씀은 한마디도 하시는 일 없이, 마치 경모궁께 대답시키셔서 그날 일들을 씻으시려는 듯 밤이 늦어도 하루도 폐하지 않으시니, 아무리 효성이 지극하고 병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이 섧지 않으리오.

 

(p. 111-112) “내려오면 위를 그리워하고, 올라가면 어미를 그립다 하니, 환궁 후 또 위를 그리워하여 이리할 것이니 데려가소서.”

 

 

<한중록>은 영조 38년(1762)에 일어난 임오화변, 즉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가두고 7일 만에 굶겨 죽인 사건을 혜경궁 홍씨의 시선으로 그려낸 글이다. 혜경궁 홍씨는 영조의 며느리이자 사도세자의 아내로, <한중록>은 임오년의 참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혜경궁 홍씨의 기구한 일생도 또한 보여주는 자서전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옮긴이 정병설이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 <권력과 인간—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을 읽고 나서, <한중록>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받아보기 전, 상당히 두꺼운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혜경궁 홍씨가 거의 한평생을 보낸 궁궐에서의 그녀의 삶을 모두 그려낸 책이고 공식 사료인 실록이 보여줄 수 없었던 궁중 역사의 이면을 전달한 또하나의 역사 기록이기에 그렇게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중록>은 100페이지를 조금 넘기는 정도의 두께였다.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이유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을 쓴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그녀의 아들 정조의 죽음 이후 어린 세자를 대신하여 수렴청정을 하게 된 시어머니 정순왕후가 권력을 장악했다. 그 당시 혜경궁 홍씨의 집안과 정순왕후의 집안은 척을 이루고 있었기에 수렴청정이 끝날 때까지 혜경궁 홍씨는 노심초사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 아버지 홍봉한이 사도세자를 가둬 죽인 뒤주 아이디어를 냈고 그녀의 집안이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의심이 나오자 손자인 순조에게 보일 목적으로 10여 년에 걸쳐 쓴 4편의 글을 모아 <한중록>을 쓴 것이다.

 

(p. 12) 바깥사람들이 그날 일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다 맹랑하고 근거 없는 말이니, 이 기록을 보면 그날 일의 시종을 분명히 알 것이라.

 

(p. 119) 경모궁(사도세자) 돌아가신 경위를 내 차마 기록할 마음이 없으나, 다시 생각하니, 경모궁 손자이신 순조가 그때 일을 망연히 모르는 것이 망극하고, 또한 옳고 그름을 분별치 못하실까 안타까워, 마지못하여 이리 기록하니, 그중 차마 못 일컬을 일은 뺀 것이 많도다. 내 백발 노년에 이를 능히 써내니, 목숨의 끈질김이 어이 이러하리오. 하늘을 불러 눈물 흘리며 운명을 한탄할 뿐이로다.

 

 

감상평

<권력과 인간—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에서 이미 다 읽은 내용들이라 그렇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많지 않았다. 다만 권력 투쟁의 한 복판에서의 갈등과 모함을 겪은 혜경궁 홍씨의 시선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을 바라보니 그 당시 사건들을 해설해 놓은 다른 여느 책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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