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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worm | 서평

[서평] 『정말 예쁜 사람은 너였다』- 소녀의 감성을 담은 시집

by eunnibook 2020. 6. 21.

[Book Review] <정말 예쁜 사람은 너였다> written by. 이미란

평점:     ■ (5 / 5)

 

시집 <정말 예쁜 사람은 너였다> 표지 ⓒ바른북스

 

표지부터 소녀소녀한 시집. 이 시집을 받아 들자마자 첫 장을 펼쳤다. '쓰고 싶어서 글을 적었고, 그 글이 시였을 뿐이다.' 이미란 시인의 이 말에 이끌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해서 시를 읽었다. 아니, 시를 마음으로 느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시를 읽다 보면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시와 어우러지는 켈리그라피와 삽화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서 저장해 두고 싶을 정도로 서정적이었다.

 

사랑에 대한 시를 읽다 보면 내가 그 시의 '나' 혹은 '너'가 되어 같이 설레었다. 짝사랑을 아직 해 보지 않아서 짝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를 읽을 때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시인이 그려내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내가 마치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소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별, 그리고 그리움에 대한 시를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가장 좋았던 시

 

(사랑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좋았던 시를 꼽으라면 단연 이 두 개의 시라고 할 것 같다. 

 

몽유화(아름다운 꿈속에 피는 꽃)

유독 슬픈
이 밤
소슬히 내리는 비
잠자기는 글렀다

약을 안 먹고 자는 밤
항상 꿈을 꾼다
아름다운
혹은 잔인한

향긋한 꽃 내음
나비가 날아다니고
푸르른 숲의 향기
마음이 붕 뜬다

무슨 꽃일까
손으로 만지려니
멀어져 가네
울컥 목이 메인다

엄마!
순간 눈을 떠 버리는데
엄마가 주는 선물일까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고···

주르륵주르륵
나의 두 눈
울지 못했던 눈물이 흐른다
참고 참았으니까

(p. 58)

 

하늘도 너와 같이 울어 준다

신기하고 요지경 같은 세상
걸음마를 갓 배운 아기처럼
여전히 세상은 서툴기만 했다

엄마를 목놓아 불러 보지만
들려오는 건 나의 목소리
그제서야 참았던 울음이 터진다

빗속에서 우는 슬픈 아이야
하늘도 너와 함께 울어 준다
빗속에서 눈물을 맘껏 뿌려라

(p. 60)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는 시들을 읽다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채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 시를 읽으니, 같은 '그리움'이라는 단어로밖에 표현되지만 더 묵직하고 슬픈 그리움의 감정을 느꼈다. 엄마가 떠나신 후에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깨닫는 한 사람의 깊은 그리움이 솔직하게 드러나 내 마음을 적셔주는 듯했다.

 

 

감상평

 

너무 아름다웠다. 잔잔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사랑에 대해, 이별에 대해, 그리고 연인과 가족을 떠나보낸 후의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설렘을 느끼게 해 줌과 동시에,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겐 그들의 상처를 가만히 어루만져주는 시집이었다.

 

사랑을 하고 있다면 이 시집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이 시집 속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를 하나 골라 함께 전하면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에 어딘가 빈 공간이 있는 것 같을 때, 뭔가가 알듯 모를듯 허한 느낌이 들 때에도 이 시집을 추천한다. 따스한 손길을 건네며 단순히 '힘 내' '넌 할 수 있어' '원래 그게 힘든 거야' '그냥 참고 견디면 시간이 다 치료해 줄거야'라는 빈 껍데기 뿐인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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