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written by. 사이먼 싱
평점: ■ ■ ■ ■ ■ (5 / 5)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에 제가 어떻게 그토록 집요하게 매달릴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실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이 문제와 씨름을 벌이는 그 자체가 즐거웠어요. 완전히 몰두했던 거지요.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결국 증명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 책은 거의 고전이라고 할 만큼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누구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거나 읽어 봤을 책이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당시 친했던 친구가 학교에 이 책을 들고 와서 읽고 있었는데, 뭔가 표지부터 있어 보이는 책이라 집에 가자마자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을 샀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보니 그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말들이 가득했다. 막 선행을 시작했던 터라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아직 모르고 있었던 때였다. 결국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책을 덮었다.
고등학교 수학은 공부를 다 끝냈고 각종 경시대회를 나가면서 어느 정도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지금, '그때는 멋도 모르고 이 책을 도전했었는데.. 지금 읽어 보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수준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우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임의의 두 정수를 각각 n승(n은 3 이상의 정수)하여 더한 결과는 다른 제3의 정수의 n승으로 표현될 수 없다."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x^n + y^n = z^n (n은 3 이상의 정수)을 만족하는 정수해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x, y, z 중 하나가 0이거나 모두 0인 경우는 제외한다."
줄거리 요약 & 감상평
이 책은 피타고라스를 비롯한 과거의 위대한 수학자들이 발견한 것들과 업적들을 시대순으로 설명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시작해 유클리드의 귀류법, 오일러의 반복 연산 방식 등 수학사에 한 획을 그었던 정리(theorem)와 공식들을 나열한다. 이 책을 읽는데 특히나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 이유가 각각의 정리나 증명들에 대한 자세한 주석이 없어서였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개념이 튀어나오면 따로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다른 수학 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어떻게 그런 결론을 도출해 냈는지 중간 과정을 공부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으며 공부하면서 그 수학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그 당시 수학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어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과거의 수학자들의 발견과 업적에 대한 설명은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Pierre de Fermat)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내가 볼 때 페르마는 굉장히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이 최근에 발견한 수학 정리를 아무런 증명도 없이 적어놓고, "당신도 한번 이 정리를 증명해 보시죠. 저는 이미 했습니다."라면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애태우곤 했다. 그의 이런 행동 때문에 데카르트는 페르마를 '허풍쟁이'라고 불렀으며, 심지어 영국인 수학자 존 월리스는 '빌어먹을 프랑스 녀석'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페르마의 생애를 돌아보면 그는 그다지 명예를 좇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수학에 미친 사람, 수학과 결혼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당대 수학자들의 속을 썩였을지 모르는 그의 장난기 어린 심성은 나에게 큰 웃음을 선사해줬다.
증명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남기는 것에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페르마는 책 <아리스메티카> 8번 문제 다음에 있는 여백에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아놓았다. "임의의 세제곱수는 다른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임의의 네제곱수 역시 다른 두 네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3 이상의 지수를 가진 정수는 이와 동일한 지수를 가진 다른 두 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어 그 밑에 페르마는 장난기 어린 주석을 달아 놓았다. "나는 경이로운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다." 그리고 바로 이 주석이 향후 300여 년간 전 세계의 수학자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아 놓았다. 여기서 난 페르마의 그 장난기에 웃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자세히, 아니 어떻게 증명했는지 간략하게라도 몇 단어 더 써 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냥 그 '경이적인 방법'을 다른 종이에 휘갈겨서라도 정리해 두었더라면..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이 책은 페르마가 그렇게 주석을 달아두고 세상을 뜬 뒤로부터 수많은 수학자들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도전했으나 실패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1994년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 앤드류 와이즈가 8년 간의 은둔 생활과 노력 끝에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해 내는 그 일련의 시간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의 서두에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단 한 권의 수학 책을 추천해야 한다면, 단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권하겠다. 이 책은 내 젊은 시절 가장 각별한 '단 한 권의 수학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의 아름다움, 그리고 수학자의 치열한 열정을 이 책에서 제대로 배웠다. ··· 이 수학 책은 그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며, 어떤 드라마보다 뭉클하다. 수학 교과서 앞에서 종종 '왜 우리가 이런 걸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어!'를 연발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수학에 대한 편견을 깨볼 것을 권한다."
정말 정재승 교수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수학의 역사와 수학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수학이 단순히 어떤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 풀이를 하는 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 이 책은 단순히 수학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책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수학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에피소드를 알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학자들이 어떤 난제를 증명해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상상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어떻게 한 개념과 다른 개념 사이에 '수학의 다리'를 놓을지 고민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수학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를 자신의 자세와 비교하며 유지할 점은 유지하고 개선할 점은 개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감상평을 두 단어로 줄이자면, '지적 호기심'. 다시 말해 300년 동안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페르마, 앤드루 와일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수학자들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어내기 위해 쏟아부었던 시간과 노력의 원동력이 바로 '지적 호기심'이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가 어려웠던 구절!
"임의의 집합은 자기 자신의 원소가 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티스푼의 집합 자체는 하나의 티스푼이 될 수 없으므로 후자의 경우에 속하지만 '티스푼이 아닌 모든 물건의 집합'은 티스푼이 아닌 하나의 대상물이 될 수 있으므로 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명확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 무릎을 탁 치며 '와! 이해됐다!!!' 할 날이 꼭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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